LG텔레콤에 KTF, SK텔레콤이 MP3폰에서 무료 음악 파일 72시간 재생 제한을 해제함에 따라 이동통
신사와 음악 저작권 단체간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음악 단체들의 협상 창구인 한국음원제작자협회는 이동통신사에 대해 법적 소송 및 음원 중단 등 강경 
조치를 다짐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통사를 제재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음악 관련 단체는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에 희망을 걸고 있으나 아직 초안 작
업 단계여서 국회 상정까지는 요원한 상태다.

◆법적 제재 가능성 미지수

음원단체들은 지난 3월 LG텔레콤이 자사 MP3폰에서의 음악 파일 재생 제한을 없애자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으나 5개월이 지나도록 가시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음원 단체들의 미온적인 대처는 결국 KTF가 올해 초 합의했던 72시간 재생 제한 약속을 깨도록 부채질
했다. 경쟁사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MP3폰에서 음악 파일의 무제한 재생을 허용하는데 KTF
가 '신뢰'만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결국 KTF는 지난 25일 음제협에 공문을 보내 31일까지 경쟁사(LG텔레콤)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를 
요구했으나 음제협은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KTF의 72시간 음악 재생 제한 해제 조치는 곧 SK텔레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이동통신 3사가 모두 MP3폰에서의 무제한 음악 재생을 허용키로 하자 음제협은 "법정 소송 및 음원 중
단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음제협은 지난 5개월간 법률적 검토를 거쳤지만 사실상 MP3폰을 제한할만한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
한 게 사실이다.

저작권 위법으로 이동통신사들을 묶어둘 수 없다는 것은 음원 단체들도 잘 알고 있다. 음제협 관계자
는 “현행 저작권법의 문제점을 이용해 이동통신사들이 합의사항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이용자가 저작권을 침해할 개연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가 MP3폰에서의 음악 파일
의 무제한 재생을 허용한 경우이므로 ‘저작권침해예방가처분’이나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정 소송에서 승소할 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MP3폰 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이용
되고 있는 MP3플레이어도 모두 위법이기 때문이다.

◆저작권법 개정도 요원

현행 저작권법에 의해서는 MP3폰에서의 무제한 음악 재생은 '사적복제'로 분류돼 저작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 

현재 문화관광부 저작권과에서는 사적복제의 개념이 너무 모호해 유무선 상에서 불법 복제가 광범위하
게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해 사적복제의 개념을 축소하는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불법 복제인줄 알면서도 복제하는 경우는 사적복제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저작권법
을 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음악 파일을 P2P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하는 행위는 명백히 저작권 침해로 분류될 수 있을 뿐 
아니라 MP3폰 혹은 MP3플레이어 제조사에게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설치를 강제할 수 
있게 된다.

음원 단체들이 MP3폰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로 저작권법 개정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저
작권법 개정 작업은 이제야 초안 작업중이고 어떤 방식으로 입법할 지 조차 정해지지 않아 국회 상정까
지는 요원하다.

이통 3사가 MP3폰에서의 무제한 재생을 허용키로 하자 음악 저작권 단체들은 정부 및 국회에 저작권
법 개정을 촉구키로 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음원 공급 중단은 결국 CP만 피해

음원 단체는 이동통신 3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음원 공급 중단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
다. 음악 저작권 3단체는 LG텔레콤에 대해서도 음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이들 저작권 단체들이 이동통신사에 음원을 공급하는 개별 음반사 및 기획사, 음원 중개업체에 
대한 통제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몇몇 음원 중개업체들이 LG텔레콤에 신곡에 대한 음원을 중단하려 했다가 결국 무산
된 경우가 있다. 이통사의 무시못할 힘 때문이었다.

이번에 음원 단체는 음악 콘텐츠 제공업체(CP)와 공조해 음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음
원 공급이 중단되면 CP들만 더 어려워지게 된다.

지금은 소모적인 법정 소송이나 극단적인 음원 공급 중단보다는 서로간의 합의가 필요한 때다. 무료 음
악 파일 재생 제한에 대한 합의가 무효화된 만큼 새로운 대안 제시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