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는 나, 죽지 않았다" 

　최근 영화계는 일제시대부터 해방 이후시대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실제 인물들을 재조명하는 `
실존인물 영화' 붐이 일고 있다. 

　12일 개봉된 영화 `바람의 파이터'를 비롯 일본 프로레슬러 역도산(영화명:역도산) 애국지사 안중근
(도마 안중근), 혁명가 김산(아리랑),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청연) 등 고난의 시대를 겪으며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 연이어 영화화되고 있다. 

　삼미슈퍼스타즈의 패전처리 전문투수 감사용과 `조선의 주먹' `기운생동' `그때 그 사람들' 등의 영화
도 기획·제작단계에 있다. 

　영화속에서 실존인물들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가 어렵고 정치가 요동 치
는 현실 속에서 위안거리와 비전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역사 속 인물을 끌어내 영상
에 옮길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 돼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이 높아진 점과 영화의 소재가 다양해 진 
점, 금기시 돼 오던 현대사에 대한 접근이 자유로워진 점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자유롭게 현대사를 다룬 영화로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해 1980년대 권력의 무능과 폭력성
을 돌아보는 `살인의 추억'이나 캐비닛에 묻혀 있던 북파공작원의 진실을 다룬 `실미도'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한국전쟁 중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을 조명하는 영화 `노근리다리'나 중국에서 활동했
던 공산주의자 김산의 일대기를 다룬 `아리랑'도 이전에는 `검열'에 걸렸을법한 소재들이다. 

　양동근 주연의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최근 영화계에 일고 있는 실존 인물들을 다룬 영화 제작흐름 
속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일본 무술 유파를 모두 격파한 무술인 최배달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최배달의 본명은 최영의. 지난 1922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16살에 파일럿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일
본으로 건너가 소년항공학교에 재학 중이던 39년 공수도 초단으로 무술계에 입문했다. 이후 47년에 2
차대전 이후 최초로 열린 전일본 공수도 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48년 기요즈미 산에 들어가 18개월간 
홀로 수도생활을 하며 몸을 단련한 뒤 일본 전역을 돌며 유도 검도 합기도 등 모든 무술 고수들을 차례
로 제압해 일본내 무예 1인자가 됐다. 그 뒤로도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무술인들과 실전을 벌여 무패행
진을 계속하며 `신의 손'으로 불렸다. 최배달은 맨손으로 황소와 대결해 바위보다 단단하다는 황소 뿔
을 꺾은 일화로도 유명하다. 

　일본영화 `워터보이즈'의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히라야마 아야가 최배달과 사랑을 나누는 게이샤 요
코로 출연하며,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브라더'등에 나오며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로 이름을 날리고 있
는 가토 마사야가 일본 무술계의 수장 가토로 등장해 최배달과 무술 대결을 펼친다.